무한도전, 유명세가 슬픈 그들. 그들의 해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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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말하지 않아도 <무한도전>과 유재석을 비롯한 모든 멤버는 무척 유명한 연예인이란 것을 누구나 안다. 국내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을 벌써 9년이나 하고 있고, 회수로 400회를 맞이했으니 그들을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유명한 만큼 그들에겐 불편함이 더 커지고 있다. 이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

멤버들은 누구를 찍어 말하지 않아도 그 나름의 인기도를 가지고 있고, 어딜 가나 남을 의식하지 않은 채 살아가질 못한다. 그것이 다 유명세를 가지고 있어서지만, 그들도 사람이기에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걸 그들은 하지 못한다. 적어도 한국에선 말이다.

특히, 유재석은 그 유명세가 커 본의 아니게 숨어 생활하게 됐다. 집을 나서면 누구든 그에게 다가가 싸인을 요청하고 인증샷을 찍어주길 바라며, 조금이라도 대화를 하고 싶어 하기에 제 뜻대로 뭔가를 하지 못한다. 그것이 한 명의 요구라면 문제는 아니나 순식간에 엄청난 인원이 몰려 요구하기에 그것을 다해주지는 못한다.

프로그램이 아니면 어디 나가서 활동을 못 할 정도로 유명한 그와 그들은 이제 자유라는 것이 없는 속박된 삶을 살아간다.



당장 400회 ‘비긴 어게인(Begin Again)’ 특집에서도 유재석은 정형돈과 둘만의 여행을 떠나, 제대로 된 여행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주 세종대왕릉과 명성황후 본가를 보려던 그들의 꿈은 불과 몇 m도 못 가 좌절됐다. 몰려드는 인파에 입구까지도 들어가지 못해 포기해야만 했다.

더 들어가면 또 다른 여행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포기하고 돌아서야만 했던 모습은 꽤 안쓰러움을 불러일으켰다. 동시에 시청자들이 화가 났던 것은 그들에게 팬심을 보이는 이들의 모습에서 예의란 것은 찾아볼 수 없었고, 그저 자신만 좋으면 된다는 식의 마구잡이 요청들이 많았기에 불편하게 다가왔다.

실제 피리부는 사나이라 표현된 유재석은 뒤엉킨 아이들이 다칠까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가야 된 대 얘들아”라고 하자, 꼬마 아이가 “싫어요”란 소리를 외치는 모습은 불편한 장면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처럼 상호소통이 전혀 안 되는 상황에서 친절과 배려는 있을 수 없었기에,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또 헤어지자고 손을 흔들고 ‘안녕’이란 말을 하며 뒤돌아서려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팬들의 모습은 무질서해 불편했다.

유재석은 만약 자신이 아니었다면 정형돈이 조금은 더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미안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안쓰럽게 보였던 것은 팬이라는 사람들이 보여준 한심한 무질서 때문에 그들이 여행을 즐기지 못한 사실과 동시에 방송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팬심이 그리 좋게만 보이지 않은 이유다.



그럼에도 유재석은 자신을 좋아해 주는 이들의 모습이 고맙고 당연하다며 감사함을 보였다. 그 모두가 자신을 좋아해주는 이들이 있기에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 말하는 모습은 멋지게도 보였지만, 동시에 짠하기도 했다.

이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 유명세가 있고, 그 유명세에 보답하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은 때로는 실수도 있기 마련이라고, 지난주 방송사고를 냈다. 어쩌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유명세로 인해 그들을 향한 비난의 강도는 컸다.

그러나 그들은 유명세에서 오는 더 큰 비난의 강도를 위트 있게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 놀라움을 줬다.

<무한도전>은 방송사고 낸 것에 딱딱하게 활자를 통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 대신 방송사고 씬을 돌려 재연했다. 그 방법으로 방송사고 씬인 정형돈 라디오 씬을 재연해 넣고, 정형돈으로 하여금 유재석의 패러디송인 태양의 ‘눈·코·입’을 부르게 한 것은 신의 한 수가 됐다.

<무한도전>은 잘못했지만, 그 잘못에 더 큰 비난이 오더라도 온전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더 크게 비판해 달라고 한다. 더욱이 기발한 방법인 패러디 영상으로 보인 사과 방식은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 없다. 또 유재석을 비롯한 멤버들에게 향하는 유명세에 대해서도 당연히 그 불편함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달게 받는 해결법은 400회를 이끌어 온 이들의 따라 할 수 없는 자세이며 해결법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을 즐겨 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의 자정 작용은 그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제거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무질서와 무개념이 일상화된 현시대의 상황을 비판하고 지적하여 고치는 것은 그들보다는 대중이 해야 효과적일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그들은 공손한 해결법을 택했고, 그래서 더욱 대중의 무질서함과 무개념은 도드라져 보였다. 의도하지 않아도 그들의 해결법은 그들보다는 대중 자신이 자정작용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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