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추리와 스릴러로 살리는 작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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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은 웃기기만 하면 된다’ 는 말은 위험하다. 그 마음가짐으로 예능을 만들었다가는 곧 큰일이 닥쳐 좌초하는 결과를 얻기 쉽다. 그 이유는 웃기려고만 하다 보니 제작에 무리수가 생기고, 매너리즘으로 뭔가를 신경 안 써 작품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얻기 때문.

<런닝맨>은 여러 안 좋은 상황을 겪으며 시청률이 떨어진 상태다. 이는 시대가 육아 예능의 시대가 된 영향도 있지만, 제일 큰 적은 앞 프로그램이 시청률을 잡아주지 못했기 때문. <맨발의 친구들>은 안정적인 <런닝맨>을 바닥에 고꾸라지게 만들었고, <룸메이트>는 아직 제힘을 못 내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면에서 외부 영향만으로 <런닝맨>의 시청률이 떨어진 건 아니다. 내부 영향도 무시 못 한다고 <런닝맨>은 프로그램 포맷 수출을 하며 정리되지 않은 면을 보였다. 그들은 다른 곳에 신경을 쓰다 보니 내부에 신경을 못 썼고, <런닝맨>이 자랑하는 작품성도 떨어졌다.

<런닝맨>이 자랑하는 작품성이라 하면 쫄깃한 구성력이 큰 자랑거리였고, 그들이 하는 놀이조차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사라진 게 사실이다.

한동안 ‘이름표 떼기’가 사라지고 그저 엉켜 노는 분위기였던 것이 <런닝맨>이었다. 시청자가 불만을 터뜨린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이를 제작진의 입장에서 보면, 게스트를 위한 기획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사라져버린 이름표 떼기였을 테지만, 그에 따라 긴장감을 유발하는 요소가 사라지자 전체적으로 루즈한 느낌의 방송이 된 건 그래서 불만을 품는 이유다.

매번 같은 게임만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홍보성 게스트를 위한 배려의 기획을 하다 보니 우연하게 길어진 루즈함은 사실이었고, 그에 따라 <런닝맨>이 자랑한 게임적 작품성도 일부 훼손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시청자는 게스트 없이 멤버들이 하는 방송을 바란 것이다.

그러나 이번 <런닝맨: 밀실아웃사건 특집>은 게스트를 쓰고도 쫄깃한 긴장감을 유지해 반가움을 줬다. 작품성을 채우면서도 재미를 줬고, 게다가 반전까지 줬다. 그간 딴 곳에 정신 팔린 주인이 되돌아온 느낌을 준 건 매우 반가운 일이었다. 비록 시청률에선 재미를 못 봤지만, 시청자는 무척 반가운 방송일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시청자가 바란 고퀄리티의 방송을 만들어 냈기 때문.

<런닝맨>은 초반 웃음 위주의 코미디물이었고, 차츰 추리물이 되어 갔다. 추리를 통한 추적물이 되었을 땐 긴장감이 유발됐고, 종반 스릴러물이 되던 찰나에는 공포감까지 줬다. 장르변화가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한 구조로 이어졌기 때문에 그 작품성은 완벽했던 것이다.

초반 어이없을 정도로 빠르게 탈락한 정은지는 의문을 갖게 한 요소이자 중요한 역할이었다. 최초 밀실아웃사건의 희생자였고, 또 다른 밀실아웃사건에 혼란을 주는 역할이 바로 그가 맡은 역할이었다.

콩쿠르 연주자로 분한 출연진들은 여러 미션을 하며 각기 친분과 신뢰를 쌓아가 의심이 사라지고 생기는 과정을 반복했다. 제작진의 연출은 서로 의심하는 그들의 관계를 보여주며, 시청자도 그들을 의심케 했다.



정작 콩쿠르를 방해하고자 하는 김종국은 철저히 숨기고 콩쿠르 참가를 위한 미션을 하는 이들의 탈락을 먼저 보여주는 방식. 미션을 풀어가는 과정에 범인 김종국을 참여시켜 동일한 조건으로 만들어, 누가 범인인가를 모르게 했다.

이런 방해를 이기고 범인을 신고한 이광수는 김종국과 땀을 쥐는 시간 싸움을 했다. 김종국은 의심을 받지 않고, 다른 이를 탈락시키려 접근해 가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 이광수는 단서를 모았다. 그가 찾아낸 단서들에는 제작진의 치밀함이 묻어났다. 콩쿠르 기획에 맞게 별 음계를 배치하는가 하면, 단서는 추리하기 힘들게 만들어 놓았다.

결국, 이광수는 이 조합을 통해 피아노 연주를 했고, 연주곡에서 나온 최종 힌트 가사인 ‘산중호걸이라 하는 호랑님’ 키워드는 범인 김종국을 체포할 수 있는 중요 단서가 됐다.

제작진은 어느 출연진에게도 유리한 상황을 안 줬다. 그들이 풀어나간 모습은 여러 장르물의 특성에 따라 배치됐고, 게임 마지막 부분에서의 긴박한 긴장감은 시청자를 완벽 몰입하게 했다. 이광수의 우승과 마지막에 체포된 범인 김종국의 교차 편집은 영화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줬다.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사건과 사건의 범인을 알아내고자 하는 추격자들. 그 추격자를 제거해야 하는 범인의 두뇌 싸움과 그 싸움을 하나의 완벽한 장르로 편집해 낸 제작진의 호흡은 결국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냈다.

이번 <런닝맨: 밀실아웃사건 특집>은 코미디와 추리. 그리고 스릴러가 완벽조화된 방송으로 남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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