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5초만에 슬펐고 5초도 숨을 쉴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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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괴물 같은 드라마는 이때까지 처음이다. 방송이 시작되고 단 5초 만에 시청자를 슬프게 하더니, 이후 단 5초의 여유도 허 하지 않고 몰아 세워 시청자를 분노에 가득 차게 했다. 작은 소시민은 권력의 힘에 언제든지 어떠한 형태로도 깔아 뭉갤 질 수 있다는 것을 너무도 몸서리 치게 보여준 <추적자> 3화는 연신 눈물을 훔쳐내게 했다.

가슴이 먹먹한 시작이 아닐 수 없는 장면으로 <추적자> 3화는 시작된다. 딸을 잃은 아비가 사망신고서를 작성해 나가며, 이윽고 ‘관계’ 항목에 이른 장면에서 시청자는 분노가 폭발해 버리고 만다. ‘아 / 버 / 지’. 이 세 자를 채워 나갈 수 없어 억장이 무너지는 아버지 백홍석의 찢어지는 마음이 표현된 떨리는 손과 비뚤어진 글자에 그만 눈물은 홍수가 되어버리고 만다.

극 시작 이후 단 5초 만에 벌어진 일이 슬픔에 이르게 했고, 그런 아버지의 역할을 한 손현주의 섬세한 연기 감정선 표현은 지금 내 옆에서 벌어진 사건처럼 생생해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내 가족, 내 이웃이 그 일을 당한 것처럼 강렬한 사건에 그만 나도 그 아버지의 입장이 되어 버리고 만다.

딸을 잃고 범인을 잡아 들여 조금은 한을 풀어줬다고 생각할 무렵. 조금 더 큰 권력을 얻고자 하는 이의 발악은 딸을 죽인 범인을 합법적으로 풀어내려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부와 권력을 가질 수 있으니! 대권주자인 강동윤은 현 대법관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며 백홍석의 딸을 죽인 PK준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합법적으로 무죄를 선고 받게 하려 한다.


권력을 가진 자는 없는 것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PK준을 무죄방면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거짓 증거들은 산처럼 많다. 그에 비해 소시민인 한 명의 경찰은 있는 증거도 모두 인멸되며 점점 더 억울한 상황만 맞이하게 된다.

세상에 도와줄 놈 하나도 없는데, 증거를 지우는 놈만 있다는 것은 너무도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 이외엔 믿을 사람이 없다”라며 읊조리는 백홍석과 그의 처의 말은 씁쓸하기 그지없는 말로 들려온다. 그나마 정의가 있다는 것을 법으로 증명했지만, 그 법은 언제든지 썩은 정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과정은 결국 범인을 보석으로 풀려나게 한다.

없는 증거를 만들어 복장 터지게 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로 등장하여 시청자를 멘붕시키게 만든다. 딸과는 둘도 없이 친했던 친구를 동원하여 원조교제를 하는 딸로 만들고, 거기다 약물까지 하는 딸로 만드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이르게 한다.

세상은 모두 가진 자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는 세상이라고 아버지와 어머니 보다 더 자세히 딸을 아는 것처럼 떠들어 대는 통에 정신을 제대로 챙겨낼 수 있는 조건도 되지 않는다. 심신이 허약할 것은 피해자 가족일진데, 오히려 심신이 허약한 것처럼 행동하는 PK준의 모습은 시청자를 패닉하게 만들었다.


결정적으로 시청자를 분노의 이르게 한 것은 범인의 뻔뻔함이 극에 달했던 순간의 장면이었다. 무척이나 인간적인 면이 있는 것처럼 도의적인 책임 모두를 짊어지고 은퇴를 하겠다는 PK준의 입에 발린 말은 숨이 턱! 막힐 정도의 분노를 이끈다. 게다가 마지막 말 “아! 배고파. 대충대충 하고 밥이나 먹자고~!”라는 말. 듣는 이가 억울해 눈물이 절로 나는 장면이 되고 만다.

뱀의 혀를 가진 권력자들의 언변은 뛰어나,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론을 움직일 수 있다고, 강동윤은 촛불집회를 하는 곳을 찾아 자신의 대권 레이스에 그들의 마음까지 얻는 현란한 여론 움직이기를 성공시켜 낸다. 가장 위험한 곳에서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것처럼 행동한 덕에 자신이 죽인 딸의 아버지에게 조차 헌금을 받게 된다. 딸이 죽기 전 모아놓은 돈까지 말이다.

선한 사람은 악한 이들의 이중적인 면을 보지 못한다고, 또 그렇게 백홍석은 강동윤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정치인인 것처럼 받아들여져 도움을 구하고 믿게 되는 인물이 되고 만다. 보는 이들은 속이 터져 버리는 지점이 되고 마는 것. 극이 시작되고 숨을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몰아치는 극 전개는 단 5초의 여유도 주지 않았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모습들을 60분 내내 본 시청자들은 60분 내내 분통이 터져야만 했다. 부디 현실에서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뉴스에서 들려오는 현실은 <추적자>를 보며 또 한 번 억장이 무너지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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