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의지와 무한 1초는 풍자백과가 되었다

728x90
다시 돌아와 시청자 앞에 선 무한도전 풍자의 날은 역시나 서슬이 퍼런 모습을 보여주며 벙어리 냉가슴 앓던 시청자들을 속 시원하게 해 주었다. 그들의 풍자는 현 사회 문제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겪고 있던 상황 속 그 모든 이야기를 담아내는 모습으로 그리워하던 풍자의 맛을 느끼게 해 주었다.

<무한도전 : 개그학개론>에는 이나영이 출연을 해 그간 어두웠던 무한도전에 꽃과도 같은 화사한 분위기를 전해주었다. 겉으로 대놓고 웃을 수 없는 MBC의 상황이지만, 그 모든 상황을 어둡게만 그리는 것은 그들이 표현하는 방식이 아님으로 <무한도전>은 풍자가 있는 표현으로 세세하고도 꼼꼼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무한도전>은 파업기간에 촬영이 된 이야기다. 그래서 현재 돌아가는 이야기와는 아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이어지는 상황들이기에 풍자의 주제가 비틀어지는 일은 없어 보인다.

<무한도전>이 말하는 풍자의 방식은 편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다. 애써 ‘나 풍자했소!’ 라고 알리지 않아도 자막을 통해서 한 줄로만 표현을 해도, 한 단어로만 표현을 해도 시청자들은 어느 정도 그것이 풍자임을 알게 된다.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이해가 가면 풍자가 되고, 이해가 안 되면 그냥 웃으면 되는 그런 대화 방식의 부담 없는 방식을 택한다.

<무한도전 : 개그학개론>에는 수많은 풍자들이 있었고, 그들이 떠난 MT의 시대 배경은 1995년 즈음이다. 아련한 추억이 살아나던 그 시절은 현재 <무한도전> 멤버의 주축을 이루는 유재석과 박명수, 정준하가 대학을 다녔을 법한 시대다. 다른 멤버들의 경우 나이대가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시절의 기억만은 어렴풋이 비슷하게 받아들여지기에 더 없이 좋은 추억으로의 여행이었다.  


그들의 MT속에서 풍자는 수 없이 많이 등장했다.

풍자1. 정형돈의 ‘주일학교 하계 수련회 티셔츠’도 풍자에 쓰였다?
그랬다. 정형돈의 티셔츠 ‘주일학교 하계 수련회 티셔츠’도 풍자에는 아주 그만인 아이템으로 쓰였다. 유재석과 잠시 장난으로 다툼을 하는 장면에서 드러난 상의 티셔츠에 쓰여있던 그 추억 돋는 티셔츠는 MBC 파업 당시, 자신의 신앙을 이유로 파업을 철회하고 복귀한 모 아나운서의 이야기가 있었다. ‘성령 충만한 주일 학교’라는 자막은 터지는 웃음을 전해주었다.

멤버들이 나누는 대화마저도 묘하게 상황과 맞아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크리스마스에만 교회 나가고’라는 말은 평소에는 신앙의 깊은 믿음을 보여주지 않던 이가 갑자기 뭔가 나올 것이 있으면 교회를 찾는 버릇을 보여주는 모습과도 같았다. 파업이란 크리스마스에만 발동된 신앙이 아니겠는가!

풍자2. ‘과대야 꼰대야’
유재석은 <무한도전> 팀과 게스트를 아우른 팀을 모아 MT를 진행했고, 뭐든 할 수 없게 만들며 웃음을 준다. 축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축구 안 돼요’, 농구대가 있으면 ‘농구 안 돼요’, ‘신입생 터치 안 돼요’, ‘연애 안 돼요’ 등 MT에서의 자유를 주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자 멤버 중 한 명이 “과대야? 꼰대야?”라고 외친다.

MBC의 현재 사장이 그런 모습이 아니던가! 뭐 하지 마라. 뭐 없애라. 대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수행하라! 라는 식의 사장 모습은 당연히 덕장으로의 사장 모습이 아닌 꼰대로의 사장 모습이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풍자3. ‘1초’와 ‘의지’로 엿 본 지난 주 대한민국
<무한도전>이 다시 복귀한 이후 일주일 사이에 벌어진 대한민국의 현실 세계의 이슈거리였다. ‘1초’는 올림픽 펜싱 경기에서 나온 억울한 판정의 단어였고, ‘의지’는 ‘티아라 사태’와 관련된 이슈 키워드였다.

너무나도 억울한 올림픽 여자 펜싱 신아람 선수의 편파 판정패는 두고 두고 큰 사건으로 남았다. 1초 동안 무려 4번의 공격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과학을 뛰어 넘은 대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과학으로 판명한 것은 총공격 시간이 2초에 가까운 시간이었다는 것을 보면, 올림픽 심사위원의 1초는 <런닝맨>에서 하하의 초능력이었던 ‘시간을 거스르는 자’와 동급의 무기였던 셈이다.


‘의지’는 티아라의 왕따 논란에 대한 이슈 키워드였다. <무한도전>에서는 박명수가 상황극 속에 대학생이어야 함에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졸인 것을 꾸준히 어필하는 장면에서 ‘의지의 고졸 명수’란 자막이 나와 큰 웃음을 주었다.

이외에도 ‘1초’는 순간 순간 여러 곳에 쓰이며 웃음을 주었다. 갑자기 박명수가 말을 하다 의지를 굽히고 말을 돌리면 1초에 바뀐다는 표현을 하기도 하며, 노홍철이 속담 표현을 해야 하는 장면에서도 ‘1초’라는 단어가 등장해 웃음을 줬다. 1초는 영원불멸의 시간이니 괜찮다! 라는 식으로 ‘1초밖에 안 지났어… 천천히 해’라는 자막은 큰 웃음거리였다.

의도하지 않는 풍자도 얻어 걸린다고, MT를 하는 곳에 나무 그네가 있는 곳에서 ‘그네’가 있다고 연이어 외치자, 유재석이 “아! 이거 건드리면 안 되는 거예요”라는 장면도 웃음거리였다. 괜스레 ‘그네’ 건드렸다 나중에 어떻게 될 수 있으니 미리 조심해야 하지 않겠는가!

자신은 게임을 하지 않으며 진행을 하는 유재석이 못마땅한 멤버가 ‘입으로만 하냐고’ 표현을 하자 ‘입으로만 일하는 회장’이란 자막이 뜬 것은, 현재 MBC의 사장 또한 그런 모습이어서 쓴웃음을 웃을 수밖에 없었다. 깨알같이 다양한 <무한도전>의 풍자 세계는 바로 이런 것이었다. 멋지지 않는가!

끝으로 씁쓸한 맛을 남긴 풍자는 '열성 유전자 선별. 숙청작업 개시'의 메시지였다. 파업이 끝나고 난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이해 못 할 인사는 우성인자를 열성인자로 만드는 사건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하가 상황극으로 한 'PD가 되고 싶어요!' 란 부분에서 안타까운 것은 '조욱형PD'의 인사와 맞닿아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 여러분들의 추천(view on)은 저에게 큰 힘을 줍니다. 추천쟁이는 센스쟁이랍니다~ ^^*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