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스포일러의 폐해에 고스란히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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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아니었다면 이번 <무한도전: 관상 특집>은 한 회 분을 모두 채웠을 것이다. 같은 선상에서 이야기돼 차후 시작될 수 있던 또 하나의 특집인 ‘밀라노 패션쇼 특집’ 또한 스포일러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미리 방송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본래 계획이었다면 ‘관상 특집’은 단독 분량으로 한 회를 모두 채우고도 남았을 분량이었겠지만, 방송 전 기사로 나가 김이 빠져버린 상태. 만에 하나 ‘관상 특집’ 정도만 알려졌더라도 ‘밀라노 패션쇼 특집’은 숨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두 특집이 모두 알려짐으로써 ‘관상 특집’은 부득이 분량을 줄여야 하는 고충을 ‘무도’ 제작진은 겪어야 했다.

<무한도전>의 그간 연출방식이었다면 ‘관상 특집’의 시작은 ‘아이템 회의’를 하는 시간에서 한 회 분량을 채웠을 것이다. 그리고 후반부에 ‘상황극’으로 이어지는 부분을 만들어 다음 주에 이어 특집 2탄을 마련해도 됐다. 또한 ‘관상 특집 2탄’을 마무리하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밀라노 패션쇼 특집’으로 이어지게 하여 시청자의 기대치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이 그간 보였던 연출방식의 묘미.

하지만 스포일러로 알려지자 어찌할 수 없어 ‘관상 특집’과 ‘밀라노 패션쇼 특집’을 몰아서 미리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고, 녹화된 분량을 방송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말았다.


시청자가 못 본 부분으로 생각되는 부분은 멤버들이 상황극을 펼치기 위해 창덕궁 인정전으로 입궁하는 씬 이후의 분량. ‘관상 특집’은 첫 시간으로 ‘아이템 회의’하는 부분을 보였고, 입궁 전 인정전 앞 인트로 부분만 볼 수 있었다. 그 결과 정작 상황극은 언제 보일지 모르는 상태.

‘관상 특집’은 멤버들을 조선시대 계급도에 맞게 나눠 영화 <관상>을 패러디할 수 있던 좋은 기회였고, 예상컨대 어느 정도 녹화가 된 상태였을 것이다. 인트로 부분을 찍고 이후 입궁하여 그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충분히 특집거리였을 테지만, 이후 이야기는 어찌 될지 모르는 안갯속 상황이 되고 말았다.

김태호 PD는 ‘관상 특집’ 방송 전 알려진 스포일러 기사에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무얼 하는지, 어딜 가는지는 방송 내용의 중요한 핵심입니다. 스포일러 덕분에 긴장감이 떨어지고, 아이템 자체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볼 권리 뺏긴 시청자겠죠. 발생되는 피해비용을 주실 건 아니잖아요? 조금만.. 프로그램을 생각해 주세요..”란 말을 트윗했다.

이 말대로 ‘관상 특집’은 상당부분 방송 분량이 폐기될 수밖에 없었고, 알려지지 말아야 할 중요한 장기 프로젝트인 ‘밀라노 패션쇼 특집’은 밝혀져 또 다른 특집을 앞당겨 찍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 것이 <무한도전>이다.

시청자나 그 너머 대중이 어떤 특집을 할 것이다라고 상상하는 것과 기사를 통한 확실한 스포일러와의 차이는 긴장감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인다. 상상이 현실이 됐을 땐 쾌감이 되지만, 팩트인 스포일러는 미리 상황을 알 수 있기에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청자가 ‘관상 특집’의 인트로를 보고 재미가 덜하다고 느낀 것은 바로 스포일러의 영향이 크다.


아무리 좋은 영화나 드라마라도 결과를 알고 볼 때 느끼는 감동의 크기는 천양지차일 수밖에 없다. 아예 재미를 느낄 수 없는 상태까지 만드는 게 스포일러의 영향력. 그런데 ‘관상 특집’을 할 것이며, 그에 이어 ‘밀라노 패션쇼 특집’을 할 것이라는 기사의 구체적인 스포일러는 시청자와 제작진 모두를 멘붕케 하기 충분했다.

그래서 결국 결정된 것이 일정 부분의 방송분량 폐기. 이처럼 화날 일이 또 어딨겠는가! <무한도전>은 이미 스포일러 때문에 폐기한 아이템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찍어놓은 분량까지 스포일러를 하자 심각성이 커 김태호 PD는 트위터로 고충을 토로한 것이다.

그간 회의를 통해 마련한 아이템 중 찍기 전 유출된 것은 아이템을 폐기하는 선에서 끝났겠지만, 이번에는 알려지면 재미가 심각히 훼손되는 것이기에 본 방송에서 상당 부분을 도려내는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이 아니더라도 스포일러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건 성격이 달랐기에 어느 정도 넘길 수 있던 것이다.

깨방정 박명수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미리 방송 아이템을 유출해 제작진을 난처하게 한 전례도 있다. 이때는 방송에서 다른 멤버가 박명수를 질타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역시나 피해는 있었다.

이번 <무한도전: 관상 특집>은 특히 스포일러의 피해를 많이 입은 특집이었고, 그로 인해 방송 2회분(관상 + 밀라노) 정도가 날아간 특집으로 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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