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남일녀, 한없이 따뜻하고 한없이 잔인한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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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든 자리와 빈자리의 크기 차이는 무척이나 크고, 정 준 사람 떠나보낼 때 드는 그 아득한 섭섭함은 이루 다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사남일녀>가 한없이 따뜻하고, 그와 동시에 한없이 잔인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데 있다.

<사남일녀>가 찾은 남해 마을은 팔랑마을. 윤점방오 김순귀 부부와 함께한 4박 5일은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또 길었던 동고동락의 시간이었다. 이 4박 5일 동안 4남 1녀인 ‘김구라-김민종-서장훈-김재원-이하늬’에 정은지까지 아빠 엄마의 일을 도우며 정을 나눈 것은 효도 예능으로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낸 것이다.

어업이 생업인 아빠 엄마의 일을 직접 따라 나서 돕고, 조업에 동참해 물메기를 잡아와 경매에 나서기도 하며, 삶에 바빠 어디 제대로 놀러 다니지도 못한 아빠 엄마를 위해 남해의 자랑거리인 독일마을 여행을 했다. 또 마지막으로 보리암에 올라 새해 소원을 빌며 정을 나누는 모습은 여타 예능에서 많이 찾아볼 수 없는 콘셉트이기도 했다.

<사남일녀> 프로그램이 따스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라져 가는 한국적 정과 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다. 산간이나 어촌에 살며 자식을 멀리 떠나 보낸 부모님의 적적한 마음을 달래주려는 그들의 노력은 부족하나마 가상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보여주기 식으로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라도 그들은 조심스러워 했고, 조금이라도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일지라도 노력이 가해지자 인간적인 정이 물씬 묻어나기 시작했다.

또 자식끼리 경쟁의식이 생겨 좀 더 잘하려 하는 노력은 방송이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게 했다. 그저 시골의 모습을 보여주고 관광지를 다녀가는 일부 예능과 달리, 그들은 자신이 아닌 ‘아빠와 엄마’ 옆에서 일을 돕는 것을 택했다.

<사남일녀>의 포커스는 자식이 되는 4남 1녀가 아니라 ‘아빠와 엄마’가 주인공인 프로그램이다. 4남 1녀는 그 아빠 엄마의 생활에 빠져 들어가 도우며 함께하는 4박 5일의 모습을 비춰 멤버의 매력을 드러나게 한다.

방송의 성격이 다르기에 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멤버들의 매력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이 프로그램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그들의 매력 또한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겉으론 다 할 것 같이 이야기하고 행동하려 하지만 아무것도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똥만 잘 푸는 김구라의 캐릭터 생성. 민물에서 문어가 나와도 믿어버리는 순수와 얼음같이 차가운 물에 뛰어드는 열정 김민종 캐릭터. 투덜대고 꾀병 부리는 서장훈 캐릭터. 뭐든 척척해 내는 만능 뽀마(뽀얀 악마) 김재원의 캐릭터. 여배우의 도도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는 이하늬의 캐릭터는 모두 새롭게 발견된 캐릭터로 매력적이다.

그들은 4박 5일간 모셔야 할 아빠 엄마를 위해 최대한 자신을 배제하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부모님을 보필해 감탄하게 한다.


윤점방오 김순귀 부부의 마지막 방송에서 아빠의 꿈인 액션 배우 소원을 풀어주기 위해 직접 제작한 ‘윤점방오의 테이큰’은 하나의 에피소드로 생각하면 지루할 수 있었지만, 기존 방송된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연관하면 지루하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윤점방오 아빠의 어록인 ‘일본 가나마나 대학의 이쓰나마나 선생에게’, ‘한강 대학 풍덩과’라는 언어유희는 생각하면 할수록 웃음 짓게 한다. 그래서 그를 대표하는 어록을 액션배우가 소원이었다고 하여 헌정 영화를 만들어 주는 센스는 지루해도 노력이 가상해서 웃을 수 있게 했다.

허나 그렇게 정을 나눈 단기간의 가족은 이별을 맞이해야 했고, 떠나 보내는 아빠 엄마의 눈에선 눈물이 보였다. 그렇잖아도 적적하게 지내시던 아빠 엄마. 일에 치여 어쩌면 적적하심도 느끼지 못할 퍽퍽한 생활에 있다가 찾아온 4남 1녀로 인해 따스함을 느낀 것은 행복함이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또 다른 슬픔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별의 아픔을 주었으니!

방송이 끝나고 일부 시청자가 ‘잔인하다’ 평가하는 것은 바로 잊고 지낸 마음을 들춰냈다는 점 때문일 게다. 울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묻어 두고 살았는데, 들쑤셔 울게 해 놓았다는 점은 잔인할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정을 나누고 가족이 주는 기쁨을 느끼게 했다는 점은 이런 잔인함을 상쇄할 만하기에 <사남일녀>가 효도 예능으로 계속되길 기대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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