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맨, 조용히 사라진 이들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는 예능

한 번이라도 대중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받고 싶은 옛 가수들이 있었을 것이고, 현시대에서 활동하는 가수에도 같은 처지에 있는 가수들이 있다.

‘역주행’이란 독특한 현상이 일반화된 것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에도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고, 음지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훗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 차트 밖에 있던 노래를 역주행시켜 차트 상위를 점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처음엔 신기했으나 더는 신기한 일이 아니다.



EXID가 빛을 못 보고 사라질 뻔하다가 모바일 직촬 영상으로 주목받으며 본격적으로 ‘역주행’이란 말도 대중에 뇌리에 박혔다. 이후 가장 큰 역주행 효과를 본 것은 걸그룹 ‘여자친구’로 꽈당 영상으로 화제를 모았고 제 실력을 입증해 신인상도 받았다.

‘역주행’의 혜택을 본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영세한 소속사나 그냥 사라질 뻔한 실력파 그룹들이란 점. 이들은 대형기획사의 힘을 받지 못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이들이 다수다.

대형 기획사의 엄청난 도움을 받아 대형 예능 프로그램에 쉽게 출연하고,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노래를 마음껏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역주행송’ 혜택을 보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쾌적한 환경에서 활동하지 못한다.

일부 대형 기획사 아이돌 그룹이 이 ‘역주행송’의 혜택을 보기도 하지만, 그들은 워낙 체계적인 지원을 받고 있고, 이미 마련된 팬덤의 인기를 통해 더욱 쉽게 ‘역주행송’을 만들어 내기에 그리 좋게만 보이진 않는다.



간단한 비교지만, 2015년 걸그룹 ‘여자친구’는 초반부터 열심히 활동을 했지만, 빛을 못 봤고, 반대로 후반에 등장한 ‘트와이스’는 대형 소속사의 지원 아래 화려한 데뷔를 했다. 이들의 방송사 처우는 하늘과 땅 차이. 대중의 반응도 하늘과 땅 차이. 모든 게 하늘과 땅 차이로, 그녀들은 자신들이 차지할 상까지 양보해야 했다.

어떻게 보더라도 전반적인 활약상으로 볼 땐 ‘여자친구’가 신인상을 휩쓸어야 했으나, 예쁘다는 것 하나로 집중 조명을 받아 실력 이상의 대우로 신인상을 받은 게 트와이스다.

이 비교처럼 과거 스타들도 마찬가지의 시간을 보낸 것은 뻔한 일. <슈가맨>에 등장한 ‘파파야’는 당시 일부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기획사의 한계로 좋은 활동을 하지 못했다.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처지였던 것. 지금의 걸그룹과 무엇 하나 다를 바 없는 활동을 한 것이 그녀들이다. 또한, 같이 출연한 ‘인디고’도 마찬가지.

<슈가맨>은 그렇게 저물어 간 이들에게 다시 빛을 내려, 단 한 번쯤은 빛을 발하게 하고 있어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슈가맨>은 ‘역주행송’이란 컨셉으로 과거 인기를 끌었으나 바로 사라져 간 가수들의 곡을 현시대의 코드에 맞춰 들려줘 반가움을 준다. 굳이 요즘 가수의 곡도 있는데 옛 가수를 소환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 향수를 자극하겠다는 목적보다는 한이 되어버린 소망을 이루어준다는 점에서 좋게 보인다.

비록 다시 활약하진 못해도 한 번이라도 한을 풀어주고자 하는 노력은 가상할 수밖에 없다. 또 과거 최고의 인기를 끈 가수와 현시대 최고의 인기 가수를 연결해 그들의 노래를 리메이크해 역주행하고자 하는 노력은 그 노력만으로도 칭찬이 아깝지 않다.



파파야의 고나은은 연기자 생활을 하고 있고, 주연정은 보험사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조은새는 트로트 가수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인디고의 곽승남과 김대진도 연기자로 제2의 인생을 사는 모습을 알려주는 대목은, 그들도 똑같이 꿈을 접고 또 다른 일을 하는 대중과 비슷하기에 반가움은 더하다. 그들과 잠시 밥 한 끼 하듯 모여 과거 곡을 편곡해 역주행송으로 만들어 보고자 하는 모습은 더없이 편안한 일상의 모습 같아 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슈가맨>은 과거와 현재를 잇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어주기에 칭찬이 아깝지 않으며, 시청자에게 있어서는 늘 안부가 궁금한 옛 스타들의 모습을 알려줘 만족스러운 프로그램으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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