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이 오래 달리려면 필요한 자세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7. 1. 27. 07:20
충분히 동의되지 않은 일은 탈이 나기 마련이란 것을 누구보다 몸소 겪은 게 ‘런닝맨’이다. 개편을 염두에 두고 무리하게 멤버를 일방적으로 자르고, 그 자리에 다른 이를 캐스팅하려 했던 것은 예능 역사에 남을 무리수였다.
김종국과 송지효를 일방적으로 자르려고 했던 제작진의 생각은 아무리 이해를 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중이라면 모두 어이없어했을 이 사건은 결국 차디찬 반기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끝나 적잖이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런닝맨>이 시청률이 안 나오는 것은 국내 특성상 진득하지 못한 대중의 선호도와 타 프로그램의 인기 영향이었지, 재미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그런 이유(시청률)만으로 잘 나가던 멤버를 자르려던 것은 그래서 이해할 수 없던 일.
대중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 대형 사건이 일어난 이유는 단순히 시청률만이 이유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국내보다는 해외 팬층이 더 두터운 <런닝맨>이 가장 인기 있는 김종국과 송지효를 자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
합리적인 상상으로 유추해본다면 김종국의 역할을 할 사람을 찾았다는 것이고, 송지효의 역할을 할 사람을 찾았기에 이 무리수도 결행될 수 있었을 것이다.
김종국 역할이 바로 강호동이었을 테고, 미리 까발려지지 않은 여자 연예인과 또 한 명의 멤버는 SM 소속이었을 것이란 것까지는 유추해 볼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꾸준히 욕심을 내왔고, 드라마 쪽에도 꾸준히 지분을 넓혀가는 SM이라면 외주사 지분이 거의 없는 <런닝맨>은 여러 형태의 제안이 가능했다 여겨진 곳이었을 것이다. 아닐 수 있지만, 그 예상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제작진으로서 시즌2를 다른 멤버로 하려 김종국 대신 강호동을 선택한 것은, 과거 유재석과의 호흡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었다고 하면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 이미 충성도가 있는 시청자를 갖고 있는 <런닝맨>에 무리수를 둔 캐스팅은 반길 만한 일은 아니었다.
근래 강호동이 <신서유기>와 <아는 형님>, <한끼줍쇼>를 통해 성공하는 듯하지만, 그건 착시현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 해당 프로그램에서 재미를 담당하고 인기 있는 멤버는 다른 사람이기에 그의 감각이 좋다고 볼 수 없다.
<런닝맨>이 처음 흥할 수 있었던 건 유재석과 강호동이 분리돼 있어서 인기가 있었던 것이다. 과거 호흡이 잘 맞은 시절을 넘어 새 세상에선 서로 다른 영역에서 다른 성격을 보였기에 그 선호도에 따라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이 시청자였지, 같이 있는 모습을 보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대중이 지금에 와서 유재석과 강호동이 한 자리에 있는 것을 일부라도 바라는 것은 한시적인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이다. 콜라보의 성격을. 그런데 콜라보가 아닌 정식 멤버로 하려고 했던 것은 그 자체가 무리수였다.
강호동과 이경규가
만약 입을 맞춘 것이라면 강호동은 갑자기 제안을 받은 것은 아니고, 이경규 역시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이경규는 SBS에서 나올 예능의 진행을 볼 것이란 소문이 났고, 강호동은 <런닝맨> 제안을 받았다고 한 것은 지금에 와서 보면 시청자가 충분히 화 날 일이었던 것. 김종국과 송지효를 그 이전부터 자르려고 했던 것이니만큼…
<런닝맨>이 오래 시청자와 달릴 수 있으려면 같이 뛰는 이의 호흡을 먼저 맞출 줄 알아야 하고, 그다음이 시청자와의 호흡을 맞출 줄 알아야 하는 것.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시청자가 바라는 신뢰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우선 멤버들과의 끈끈한 관계를 회복하는 작업이 한 달여 필요해 보이고, 이후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더라도 멤버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멤버를 영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의 룰을 바꿔 분위기를 일신하고, 책임 프로듀서가 전체적인 틀을 잡아 영속성을 잡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과거 조효진 PD와 김주형 PD의 역할을 할 고정 캐릭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제작진과 멤버 간의 긴장감 있는 그림 또한 새로 만들어 가야할 과제다.
현재 <런닝맨>은 긴장감이 없다. 또한, 새롭게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중요한 것 또 한 가지는 관계를 망치는 인물을 영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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