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비극적 상황에서도 웃겨야 산다


예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웃겨야 산다는 그 말할 수 없는 부담감은 이번 <무한도전>이 처절할 정도로 보이게 했다. 7인의 정예 멤버 중 2인이 갑작스레 탈장과 목 부상으로 수술을 받는 상황은 팀 분위기상 초상집 분위기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은 아무리 예능이라도 슬픈 것이 현실.

이번 <무한도전>은 ‘웃겨야 산다’라는 말 만큼이나 처음부터 끝까지 살기 위해 처절하게 도전한 장면의 연속이었다. 웃길 때까지 촬영하고 또 촬영하고, 안 웃기면 과감히 통편집해 그간 촬영을 다 날리는 상황은 얼마나 심적 부담이 멤버들 개인에게 내재되어 있는 스트레스인지를 알게 한다.

그렇다고 무리한 방송을 내보내는 것은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할 수 없는 일. 끝없이 웃음을 찾아 촬영하는 모습은 애처로웠지만, 확실해 보이는 것은 치열하게 방송 분량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 <무한도전>이 변함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했다.

MBC 옥상에서 시작된 몸풀기 훈련의 수 없는 몸 개그. 장소를 이동해 근처 오락실을 찾아 디스코 팡팡에서의 칫솔질 게임은 별다른 웃음을 주지 못했다. 물론 소소한 재미는 배제하지 못할 만큼 끊임없이 터졌지만, 그 재미가 그간 봐왔던 익숙한 그림이어서 그런지 웃긴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웃지 못하는 상황은 어쩔 수 없는 익숙함 때문이었다.


제작진의 고민도 바로 이런 데서 시작해 결국 익숙함에서 나오는 그림과 부담감에서 나오는 인위적인 개그 코드를 아예 통편집한 결정은 노력하기 위한 냉정한 결정이어서 칭찬할 만했다.

수영장으로 옮겨 진행된 게임도 웃겼지만, 변함없이 보던 그림이었다. 엉덩이를 때려서 웃음과 비명을 참는 그림 또한 익숙한 그림이었다. 이 부분도 그리 큰 웃음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이 또한 소소한 웃음.

그러나 이어진 수영모에 물 담아 뒤집어쓰기에서 나온 노홍철의 인간 골무 형상은 포복절도할 자연스러운 그림이어서 더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 장면이 가장 임팩트가 컸던 것은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하관이 길어서 수영모가 위로 슝~하고 올라가 인간 골무 형상이 되는 모습은 배를 잡게 하는 장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그 장면이 두고두고 웃긴 것은 노홍철이 그 특유의 입을 벌리는 표정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

입만 벌리지 않아도 수영모가 완전히 덥혀 하관이 길다는 소리를 안 들어도 되는데, 끝까지 긍정의 표정이기도 한 입을 벌리는 장면을 보인 것은 큰 웃음을 유발한 장면이 된다. 가장 완벽한 자연스러운 웃음의 장면.

이후 재촬영을 한 장면 또한 아주 큰 웃음은 없었다. 그러나 이 과정이 중요한 것은 <무한도전>이 변함없이 ‘웃겨야 산다’는 스트레스 속에서도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

<무한도전>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말 ‘영원한 과제 = 웃겨야 산다’는 얼마나 그 과제의 부담이 큰지를 알게 한다. 동시에 웃기지 않아도 노력을 해야 한다는 주지의 사실은 <무한도전>의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번 <무한도전>의 노력은 멤버들의 치열한 몸 개그와 열의에서 찾을 수 있었으며, 제작진의 자막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제작진의 자막 센스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했다. 보잘것없는 행동과 말에는 ‘하찮은’의 표현. 데프콘이 매트에 왼쪽 어깨로 내리꽂히는 장면에서는 ‘좌중간 적시타’ 표현. 서장훈이 아이디어를 내서 구박받자 ‘경솔하게 아이디어 냈다가 봉변당하는’의 표현. ‘양치질에 신 난 어르신’, ‘웃음이 농축된 분비물 콸콸’, 고통스러워 쓰러지는 장면에서는 ‘신이 내려준 은총’과 ‘결국 몸져눕는 어린 양’ 등의 끊임없는 애드리브 자막은 멤버의 애드리브 이상 재미를 쏟아낸 장면이다.

길의 애드리브도 소소했지만 웃음 준 장면. 하하가 서장훈에게 하찮은 질문을 지속해 날리자, 서장훈이 같잖은 질문이라 대답할 가치가 없다며 핀잔을 주고, 길은 이에 “왜! 깔끔한데!”라는 말과 “예리한데”라며 상황을 마무리하는 평가 장면은 버리기에 아까운 웃음의 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또한, 노홍철이 박명수의 물풍선 수영모 쓰는 장면에서 뿅망치로 가격하는 장면과 자막으로 표현한 ‘어르신 공경하며 끝낸’이란 반어법은 <무한도전>만이 보여주는 고유의 자막이어서 더 크게 웃을 수 있었다.

비극적인 상황에서 끊임없이 노력한 <무한도전>. 크게 바라보면 소소한 웃음이었을지 몰라도,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어느 때보다 알찬 웃음이 가득했던 ‘웃겨야 산다’ 특집이었다. 스스로 ‘웃겨야 산다! 가 영원한 과제’라 표현하는 <무한도전>은 믿음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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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2013.07.07 14:17

    어떻게 보면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연예인
    생활 참 고달프다는 생각이 들어요.
    슬픈데도 직업땜에 웃겨야 한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일까요.
    그래도 이 프로그램보고 웃는 시청자들로 위안받겠지요.
    좋은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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