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별, 김병욱표 시트콤은 항상 믿을 수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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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별 2013 QR3>는 제목부터 범상찮은 기운을 내뿜는다. 아무리 시트콤의 제목이라지만, 이렇게 공상과학적인 제목은 기존 시트콤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니 이게 그의 시트콤의 특징일 게다.

일찍이 그의 시트콤은 뭔가 특별함이 있었다. <순풍 산부인과>, <웬만하면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보듯 작품명의 센스는 남달랐다. 

여러 작품을 거치면서 그의 명불허전 대표작은 ‘하이킥 시리즈’가 됐고, 한참 그를 알리는 역할을 했지만, 김병욱 감독은 ‘하이킥 시리즈’가 아닌 무언가 새로운 작품의 목마름에 ‘하이킥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짧은 다리의 역습’을 기획하고 맺는 역할을 했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사실 그의 ‘하이킥’ 작품 중 가장 몰매를 많이 맞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몰매를 맞았던 작품이라도 재미 요소는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역시나 최고의 감각을 유지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이후 시트콤에서 그가 연출한 작품보다 더 좋은 작품이 나오질 않았으니 말이다.

더욱이 그렇게 잘못 만들었다고 했던 ‘짧은 다리의 역습’조차 따지고 보면 스타 탄생의 보고가 된 것을 보면 역시나 그의 연출력은 미완의 스타를 돋보이게 하는 재주는 남달랐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탄생한 스타만 보더라도 ‘이종석, 박하선, 크리스탈(정수정), 김지원, 이적, 강승윤’이 있었고, 이전 작품에선 ‘신세경, 이광수, 최다니엘, 줄리엔강, 황정음’ 등 수많은 스타가 배출됐다.


이번 <감자별 2013 QR3>(이하 ‘감자별’)에서도 가능성이 농후한 스타는 넘쳐난다. 아니 이 작품으로 완전히 검증받을 기회를 얻은 스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는 신예가 ‘하연수, 서예지’ 정도일 뿐. 다른 배우들이나 가수는 이미 유명한 위치에 서 있다.

하연수는 이미 <몬스타>를 통해서 얼굴을 알렸지만, 대중적으로 저변이 넓은 것은 아니기에 이번 작품으로 완벽히 검증 받을 기회를 얻었고, 서예지는 완전한 신인으로 눈도장 찍기에 안성맞춤인 작품으로 뛰어들었기에 기대를 하게 한다. 어떤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줄지 말이다.

<감자별>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여진구와 고경표. 그리고 그 뒤로 최송현, 줄리엔 강, 장기하, 김광규가 눈에 들어온다. 이미 유명한 스타가 됐지만, 그들은 이 작품을 통해 더욱 새로움과 자리 다지기를 해야 할 인물들이기에 눈에 띈다.

<감자별> 1회와 2회가 방송된 상태에서 초반 스토리가 집중된 하연수와 여진구는 시트콤이란 영역이 낯설 테지만, 나름 새 캐릭터를 입고 열연을 펼치고 있다. 하연수는 철부지 어머니를 둔 죄로, 19살 때부터 패스트푸드 점에서 소녀 가장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아버지의 회사였던 ‘콩콩’에 입사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어두운 곳을 무서워하는 그녀는 위기라고 생각될 때 초인적인 힘을 자랑해 연쇄살인범을 개 패듯 다루어 검거되게 만들기도 한다.

게다가 자신의 인생에 어떻게 엮일지 모르는 여진구를 극도의 공포에서 연쇄살인범으로 오해해 벽돌로 가격 기절시킨 사건은 그의 캐릭터가 결코 평면적인 캐릭터가 아니란 것을 알려준다.


시트콤 <감자별>이 초반 하연수의 부상으로 부득이 일주일 2회 방송으로 줄인 것은 하연수의 캐릭터가 중요해서라고 제작진은 밝혔다. 원래 월~목 편성이었지만, 부상으로 인해 월~화만 방송하는 것은 첫 기획과 맞닿아 있기에 이해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감자별>은 뒤에 ‘2013 QR3’가 붙는다. 천문학계에서 새롭게 발견된 행성에 일련번호를 붙이는 방식에서 따왔기에 현재와 맞닿은 작명은 주요인물인 하연수의 부재가 큰 영향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해 준다.

항상 그렇듯 김병욱 감독의 작품은 등장인물이 한꺼번에 등장하지 않는다. 보통 작품들이라면 6회 안에 대부분 등장하지만, 김병욱 감독의 작품에서는 10회 20회를 넘겨 등장하는 주요 인물도 있기에 초반 2회까지는 하연수와 여진구의 만남과 캐릭터에 대한 개략적인 면을 살펴볼 수 있었다.

역시나 그들은 이 작품에서 입체적인 인물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고 실제 그렇게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또한, 2회까지 보인 <감자별>에서는 정확히 2013년 젊은이들의 생활상을 세세하게 보여주려는 노력이 보이고 있다.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 투영된 하연수의 포지션은 그래서 중요하다.


재미있는 캐릭터는 쌓이고 쌓인 것도 김병욱 감독 작품의 참 재미. 최송현의 아들은 어찌 보면 똘끼 가득해 보이지만, 천재적 인물이기도 하다. 어린 나이지만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재구성하여 연쇄 살인범의 다음 행적을 유추해 내는 장면은 놀랍다. 게다가 여진구도 저커버그를 꿈꾸는 프로그래머로 모바일 앱을 만들지만, 항상 마음을 반대로 읊어서인지 답도 거꾸로 나오는 면은 폭소케 하는 점이기도 하다.

고경표는 그 잘난 하버드 출신으로 자신의 위치가 아니면 다 똑같은 인간이라는 듯 무시하고, 모든 이를 창조와 혁신의 개념을 쑤셔 박아 바꾸려는 모습은 이 시대에 꼭 있을 만한 인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바꾸려는 개혁의 개념은 그 누군가에게는 무척이나 큰 고마움의 건전한 혁신이기에 한편으로는 반가운 캐릭터이기도 하다.

김병욱 감독의 시트콤 <감자별>은 1~2회 캐릭터 소개뿐만 아니라 사회 현상 중 예민한 부분들을 잘 녹여냈다. 앞으로 나올 캐릭터들의 케미가 벌써 기대가 되는 것은 1~2회 안정적인 연기와 연출이 믿음직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책임 프로듀서 김퓌디(김병욱?), 박순태퇘퇫 제작총괄, ‘달팽이, 임퓌리, 쏘피’ 프로듀서, ‘새우등, 허니베어, 장지갑’ 극본, ‘스텐레스김, 조은몸, 우량아’ 연출이란 감각적인 김병욱표 고유 인트로 크레딧도 무척 큰 반가움을 주는 요소이다. 일주일 2회를 한 달여 봐야 하는 게 어쩔 수 없는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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