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빈 격투기 데뷔전 승리. 어설픈 영웅은 만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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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윤형빈이 종합격투기 데뷔전인 로드FC에서 승리를 거두는 기적을 연출해 냈다. 상대는 경기가 이미 정해져 있던 일본 선수인 타카야 츠쿠다(23)였고, 초반 열세의 상황을 이겨내며 카운터 펀치인 라이트 훅을 턱에 적중시켜 실제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어진 파운딩 이전 이미 경기 결과는 끝난 셈.

이 경기가 끝나자 윤형빈을 향한 축하의 물결은 그의 지인들뿐만 아니라, 그 경기에 집중한 많은 대중의 열화와 같은 응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상대 선수를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글도 많이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다.

많거나 혹은 일부라지만 대중은 일본 선수를 모독하는 글을 쓰며 즐기는 모양새였다. 그런 원인은 이 일본 선수에게 경기와는 상관없는 이미지가 덧입혀졌기 때문.

오해로 잘못 입혀진 이미지는 ‘임수정 선수’가 일본 예능 방송에서 일방적으로 구타당한 사건의 장본인이 이 선수라고 잘못 알려졌기 때문이다. 타카야 츠쿠다는 욕먹을 이유 없이 욕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은 중간 과정을 제대로 알리려는 의지가 없는 로드FC 측의 잘못도 한몫했다.


임수정 선수가 일방적으로 구타당한 일본 지상파 TBS의 버라이어티 쇼인 <불꽃체육회TV 슛 복싱대결2>는 선수를 섭외하면서 거짓말을 했고, 상대 격투 선수로 섭외된 개그맨 ‘오도리 카스가’와 ‘카스가 토시아키’ 등은 모두 프로에 근접한 격투 실력을 자랑하는 이들이었다. 이들 중 오도리 카스가는 K-1 출신이었고, 카스가 토시아키는 종합격투기 8년, 또 한 명 시나가와 유우도 3년의 실력가였다.

단순한 쇼일 뿐이라는 애초의 섭외 의도는 온데간데없이, 라운드가 시작되자마자 시작된 거친 공격은 임수정 선수를 크게 다치게 하여 대한민국 국민을 분노케 했다. 이 사건은 지금 생각해도 분통 터질 일임이 분명하다.

사건이 일어난 이후 영상을 통해 알려진 임수정 사건에 윤형빈이 격분하여 상대 개그맨과 정정당당하게 겨뤄보자는 제안을 했지만, 그것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제안에서 종합격투기 룰로 겨뤄보자는 말에 타카야 츠쿠다가 윤형빈은 예능인이라는데 ‘종합격투기를 우습게 보는 거 아니냐’는 식의 말을 했고, 정식 데뷔전으로 대전이 성사될 수 있었다.

이 둘의 입장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윤형빈은 분노가 치밀어 ‘과거 일본 예능인의 올바르지 못한 행동에 경종을 울렸으면 한다’는 뜻에서 격투가로 데뷔하여 정식 시합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것이다. 의지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항의가 될 수 있는 문제였기에 윤형빈은 자신의 의지를 훈련과 대결로 증명해 낸 것이다.


종합격투기 룰로 대전을 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이와 겨루면 될 것 아닌가? 해서 시합에 등장한 게 바로 타쿠야 츠쿠다가 되는 셈이다.

분노했다고 하여 개인의 복수심을 풀어주고자 일본 예능인 ‘오도리 카스가’를 대결 상대로 붙여줄 무도협회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을 터이기에 비슷한 입장의 선수 타쿠야가 윤형빈과 대전을 벌이게 된 것이다.

허나 애초 둘의 대결은 그 사건으로 시작한 개인의 대결일 뿐. 임수정과 엮일 이유는 전혀 없던 것이다. 임수정이 복수해 달란 것도 아니고, 복수해준들 과연 그에 좋아할 만한 선수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윤형빈의 경기 때문에 임수정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기억을 다시 하며 고통을 받게 됐다. 이름이 오르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그와 동시에 해당하는 예능인이 아닌 사람까지 오해를 받아 저주를 받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좋은 의도에서 뭔가를 해 보려던 윤형빈의 경기는 로드FC의 잘못된 마케팅인 ‘복수전’으로 탈바꿈했고, 경기 이후 윤형빈은 협객이라도 된 듯 영웅시되고 있다. 그를 증명하는 것이 ‘3학교 통합짱’이라는 말이다.

이 경기를 바라보는 분노의 마음을 접고 그저 단순한 격투기 경기로 생각한다면, 아무리 경기에 이겼어도 이토록 그를 영웅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임수정 경기를 생각하면 아직도 분에 못 이기는 이들은 이 경기와 상관없이 분노하면 된다. 그와는 상관없는 경기이니 말이다. 한국을 적대시하는 극우파 일본인들이 있다고 하여 모든 일본인을 극우 성향을 가졌다고 바라볼 필요는 없다. 타카야 츠쿠다는 한국에 매우 호의적인 선수이며, 이번 경기 전 “사랑해요 한국”이라는 말을 진심에서 했으며, 경기에 등장하면서도 ‘DAEGU MMA(대구 MMA)’ 티셔츠를 입고 등장할 정도로 반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상관없는 임수정 사건을 불러들여 엉뚱한 이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은 임수정이 억울하게 당한 구타사건과 같은 사건을 우리가 만들어 내는 것과도 같다.

우리가 당당해지려면 당당하게 행동하고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면 된다. 상대가 잘못했다고 하여 같은 잘못을 저지를 필요는 없다. 윤형빈이 개그맨에서 격투가로 변신한 것은 성공적으로 축하할 일이나, 어설픈 민족주의로 혐한의 감정을 부추길 필요는 없다. 대중이 비난할 대상은 따로 있다. 해당 프로그램인 TBS의 <불꽃체육회 TV 슛 복싱대결2>와 제작진. 그리고 선수로 나온 비열한 예능인 3인. 그리고 해설가로 등장한 마사토까지도 ‘같은 무도가로 잘못된 경기를 구경만 하고 있었느냐’라고 한 번쯤 따끔하게 지적할 필요는 있다.

<사진. 수퍼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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