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 미친 존재감 천지호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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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목드라마 <추노>의 명품 조연 성동일이 천지호 역에서 아쉽게도 죽음으로 극에서 빠지게 되었다. 황철웅과의 대결이 있었던 17회에서 죽을 것인가?에 귀추가 주목이 되었던 지난 방송에서는 코믹한 상황으로 도망을 가는 역할로 웃음을 줬는데 비해, 다음편인 18회 목요일 방송에서는 조금의 기대도 없이 너무 허망하게 죽음을 맞는 천지호였다.

그러나 천지호 역을 맡은 성동일은 너무나도 훌륭하게 이 역할을 소화해 내며 최강의 명품 조연으로 남게 되었다. 너무도 훌륭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도 아깝지 않을 그의 존재감은 한 마디로 '미친 존재감'이었다. 형언 할 수 없는 그의 명품 연기는 '미친 존재감' 정도로 표현했지만 그 조차도 왠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의 연기는 명연기, 명 캐릭터였다. 만약 추노 전체적인 작품성이 치밀하게 기획되었다면 이 드라마는 한국을 대표하는 드라마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추노>는 하지만 그렇게 완벽한 작품성을 갖추지 못한 작품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을 덜어주는 캐릭터.. 바로 그 캐릭터를 완벽 그 자체로 소화를 하는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그 주인공이 '천지호'역을 맡은 '성동일' 이었다.

천지호와 대길, 그리고 송태하.
천지호는 자신이 맡은 임무에서 철저하게 황철웅에게 이용당하고, 한 가족으로 살았던 모든 식구들을 잃은 슬픔에 복수를 다짐했다. 하지만 너무도 무술 실력이 탁월한 황철웅에게는 매번 시도가 빗나가는 결과만이 따라오게 된다. 17회에서도 황철웅에게 복수를 할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때에는 이해 못 할 정도의 무술 신공을 가진 도사처럼 황철웅은 화살의 소리를 듣고 피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데리고 있던 동생들의 복수조차 실패한다.

난전판에서 같이 쌈질하고, 한 때 업어 키웠다고 하는 대길은 이용을 당하며, 노비로 떨어져버린 송태하를 잡아서 대령하나 그 또한 잡히고 만다. 대길은 자신의 동생인 왕손이와 최장군의 원수가 송태하인 줄 알았다가 막상 자신까지 잡히고 나서는 서서히 내막을 알아간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다 이해를 했을 때에는 이미 늦어버린 상태에서 대길은 송태하와 같이 사형에 처하게 된다. 대길을 살리려고 하는, 아니 꼭 살리겠다고 하는 천지호의 계획으로 대길을 구하려 변복을 하며 다가가 구하려는데 자신의 무모한 구출 보다는 청나라의 사신(?)인 세력들이 막역한 사이인 송태하를 구하면서 대길 또한 구출이 된다. 다 죽어가기 일보 직전에 송태하는 다시 한 번 대길을 살리게 된다.


어이없는 천지호의 죽음
<추노>의 가장 큰 허점은 바로 어이없는 죽음을 손꼽을 것이다. 천지호 또한 어이없는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구하려고 했던 마음을 가지고 접근해서 의외로 쉬운 구출을 하고서 특유의 웃음을 곁들여 쏜살같이 달리는 천지호와 대길은 또 다른 복수심을 가지려 했던 찰나의 순간을 만끽하며 달린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너무도 어이없이 다가오는데.. 그 죽음은 갑자기 지붕 위로 올라온 살수의 화살에 맞는 Scene이었다.

전과 후 그 어느 하나를 찾아볼 수 없는 연출이었다. 지금까지 추노의 가장 바보 같은 연출이 바로 너무도 큰 기량의 차이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 진정 생뚱맞을 정도의 갑작스런 죽음의 배치다. 지금까지 죽어간 숫자만 해도 다 헤아리지 못 할 정도로 이 드라마는 확실한 생명 경시(?)를 보여준다. ^^;;

가장 천지호 다운 죽음
어이없는 죽음이기도 하지만 천지호가 추노에서 보여준 캐릭터는 극의 웃음을 책임지는 역할이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소름이 끼치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인정사정없는 그의 캐릭터지만 숨겨져 있는 성격 중에서 가장 인간다운 모습은 바로 천지호의 역할이었다. 천지호는 이 드라마에서 장군의 포스를 지닌 역할도 아니요.. 그렇다고 푼수처럼 까불기만 하는 캐릭터도 아니다. 하지만 천지호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연기 안에서 자유롭게 극과 극의 이미지를 소화해 냈다.

만약 천지호가 장렬한 죽음을 맞았다면 그 또한 너무도 이상한 연출이었을 것이다. 연출자가 천지호란 캐릭터를 죽음으로 인도하는 설정을 그래도 풍자적인 캐릭터로 표현하기 위해 죽음도 약간 우스꽝스럽게 표현을 한 것이다. 천지호는 죽으면서도 발가락이 간지럽다는 말을 하며, 그 슬픔을 슬픔으로 승화하지 않고 마음 편한 우스운 상황으로 이끈다.

이런 슬픔이 더 슬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의 연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사실적이었고, 그 슬픔에 같이 눈물을 흘려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주었다. 떠나는 그의 가벼워 보이나 그 누구의 죽음보다 슬픈 상황을 만들어 냈고, 대길은 업복이의 말대로 승냥이의 울음을 울듯 한 없이 울어야만 했다.


미친 존재감을 확인 시켜 준 천지호 그리고 성동일
죽어가는 천지호의 너무도 사실적이고도 허무해 보이는 죽음은 시청자를 울리기에 충분해 보였다. 죽어가면서 대길과 나누는 대화 하나 하나가 슬프지 않다! 라고 강조하듯 난 참 행복한 죽음을 맞는 사람이야~ 라는 듯 천지호는 죽음을 태연하게 받아들인다. 이처럼 멋진 죽음은 꼭 장렬하고 멋있는 죽음보다도 더 실감나는 죽음이었고, 이런 죽음이 더욱 멋지게 느껴지게 연기한 바로 주인공이 성동일이었다.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에 대길을 꼭 안고서 뒤로 저승 갈 노자를 입에 무는 장면은 너무도 슬픈 장면이었고, 가장 천지호 다운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끝까지 슬픔 보다는 재미있던, 그리고 파악하기 힘든 사람으로서 천지호는 그렇게 대길에게 부탁한다. 우리 식구를 죽인 놈이 바로 황철웅이라고~!

발가락이 간지럽다고 긁어 달라는 천지호, 죽음이 앞에 온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대길. 그렇게 앙숙처럼 지내는 것처럼 보였으나 누구보다 가족 이상의 친분이었던 그들은 슬픈 이별을 맞이한다. 호~ 호~ 하며 죽어버린 천지호의 발을 불어서 녹여주는 대길의 슬픔 또한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천지호 역을 밭은 성동일 연기 역사상 가장 완벽한 배역을 소화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추노>의 '천지호' 그의 이름 성동일은 드라마 역사상 길이 남을 것 같다. 수없이 많은 존재감을 가진 배우들이 널리고 널렸음에도 '천지호'라는 캐릭터를 소화해 내는 성동일의 존재감은 미친 것 이상의 존재였음은 분명하다. 그에게 기립박수를 쳐주고 싶다. 당신이 이 드라마 조연 중에 최고였어~ 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성동일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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