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유재석의 박명수 골려먹기. 딴 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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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재미는 꾸준한 웃음을 주는 장치들이 있다는 것이다. 수년을 지나오면서 경험으로 쌓인 아이템은 그 수를 헤아리지 못 할 정도로 많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재구성하여 절반의 창조만 하더라도 앞으로 몇 년은 재미를 보장해 줄 수 있는 풍성한 아이템 있는 곳이 무한도전이다. <무한도전>이 그렇다고 해서 도전을 멈추는 일은 없으니 그 창작력은 염려를 하지 않아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요즘 한참 내리막길을 쏜살처럼 달리는 '박명수'는 <무한도전>에서 길 다음으로 욕을 많이 먹는 캐릭터가 되었다. 욕을 먹는다고 하였지만, 그 욕 보다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그의 역할론이 그를 길과 같은 위치에 서게 한다. 그나마 길 보다는 눈치를 알아채고 융통성 있게, 가끔 치고 들어와 괜찮지만.. 박명수는 명백히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수호천사 '유재석'이 출동을 다시 했다. 끌어주려고 말이다. 아무리 분위기에 못 따라 온다고 해도 그간 쌓아온 의리와.. 척하면 착이 되고, 얼쑤하면 지화자 정도는 나오기에 유재석은 박명수를 끌어 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에서 다시 '2인자 박명수 구하기'에 나섰다.

그를 위해 마련해 둔 것은 거의 몰.래 카메라와 다름없는 장치들이었다. 의도를 가지고 작정하여 몰.카 컨셉으로 갔다면 박명수가 눈치를 챘겠지만, 컨셉을 어느 정도 눈치를 채면서도, 그가 암묵적으로 가만히 있었던 것은.. 이 노력이 자신을 위한 노력임을 알아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고 박명수에게 힘을 주려는 눈치를 주면 시청자들에게 돌아오는 눈총은 별 도움이 안 되기에 '유재석'과 '김태호PD'가 작정을 하고 그를 '골려먹는 시스템'을 가동한다.

사실 그런 시스템을 가동하기엔 초대 게스트의 이름이 너무도 강력했다. '소지섭'이라니! 그 글자의 이름만 들어도 평소에 보고 싶어했던 스타인데다, 데려와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하면 욕먹는 것은 익히 아는데도 그들은 게임 요소 안에 요즘들어 실력이 많이 줄어든 '박명수'에게 힘을 싫어주려 특집들을 마련한다. 그런 골려먹는 재미에는 특별히 게스트라고 하여 큰 대접을 하지 않고, 이런 분위기에 녹아나는 친근함을 요구하여 어느 때보다 이질감이 없는 게스트의 등장이 되었다.


게스트라고 하여 특별한 대접을 하면 오히려 욕을 먹는 것을 알기에, 그들은 더욱 더 '소지섭'을 자연스레 '무도' 안에 정착시켰다. 마치 진짜 멤버들과 같은 위치로서 말이다. 그렇게 하여 '소지섭'은 '박명수 이병 구하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공도 세웠다.

제작진이 처음에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박명수'를 명확하게 놀리는 것이 한 눈에 보일 정도였다. 어느 정도 속인다는 것이 미리 박명수를 제외하고는 소통이 되었던 터지만, 그 과정을 설명하지 않고.. 보이는 대로 보다가 막상 마지막 부분에 이것이 '유재석'이 꾸민 계략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아하!'라고 무릎을 치며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시스템은 참 영리한 모습이었다.

게임을 진행하다가 어느 신호가 되는 포인트를 계기로 싸인이 오가는 시스템의 골려먹기 특집은, 평소 서로를 너무도 잘 아는 멤버들이 매 순간 애드리브로 넘길 수 있는 부분을 주고 받는다. 그리하여 '유재석'이 플라이체어 게임을 하면서 갑자기 룰을 변경하더라도, '아! 이것이 싸인이구나~!'라고 느끼며 순간순간 적응하여 동참을 하고, 박명수를 같이 놀려 먹는다.

그렇다고 대놓고 '너~ 지금 골려먹는 거야'라고 알아채게 하지도 않았다. 유재석은 박명수를 골려 먹으면, 반드시 중간 중간 타 멤버를 한 명씩 물에 빠트리는 부분으로 박명수가 혼자만 당한다는 생각을 상쇄시켜 준다. 그 과정에는 물론 '소지섭'의 역할도 한 몫을 한다.


<무한도전>의 특징 중에 하나가 또 있다면 '패러디'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번 '무도'에서도 물론 현재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패러디가 중간 중간 묻어났다. 예능의 흐름 중에 <1박2일>사건이나, <나는 가수다>흐름 중에 보였던 모습들을 녹여내는 것은 우연일지라도 큰 웃음을 줬다.

케이스 별로 한두 가지 이야기를 해 본다면, 하나는 <1박2일> 현재 모습이 투영이 되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유재석'이 플라이체어 게임으로 붕~하고 날아가 물에서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동안 아무런 진행이 되지 않자.. 자막으로 연관이 될 것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진행중단) 새삼 느껴지는 그의 부재'. 이 말은 '강호동'이 <1박2일>을 그만두겠다고 선언을 하면서 <1박2일>에 닥친 일들과 묘하게 오버랩 되었다.

또 하나는 <나는 가수다>와 연관이 될 것 같은 자막의 등장이었다. 수박 빨리먹기 플라이체어 게임을 진행하며 차례대로 승리를 거둔 '박명수'를 두고 '박챔프'라고 띄워주는 장면이 큰 웃음을 줬는데, 그 웃음 속에 7이란 연승의 숫자는 '나가수'가 새로 도입한 시스템을 의미하는 듯했다. 부연 설명을 하듯 "7연승을 했는데, 박명수 씨를 빠트리는 것은 룰을 위배하는 거예요" 라며 말 하는 유재석은 재미를 줬고, 그 재미를 떠나 돌려 생각하니 7연승을 하면 '명예졸업제'를 시행하는 '나가수'의 경향을 은근 회자하여 패러디를 한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하게 했다.

다시 돌아가 '유재석의 박명수 골려먹기'를 생각하면, 단순히 골려먹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무언가 지금 수동적으로 밖에 웃음을 주지 못하는 박명수를 다시 끌어올리는데 목적이 있는 듯하다. 어떤 계기든 침체되어 있는 박명수를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시스템이니까 말이다. 요 근래 들어와서 '박명수'가 연이어 '드럽게 재미없네'와 '하와 수의 불장난 댄스'들의 웃음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것은 바로 '무도' 시스템을 더 견고히 하려는 의미가 있는 듯하다. 길 조차도 웃기지 못하는 멤버라고 아예 공언을 하며 캐릭터 굳히기에 나선 것은 이제 확실히 캐릭터 구축을 하겠다는 의미와도 같아 보인다. 그래서 좀 더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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